심리학 고찰 1. 학문으로서의 발전 많은 학문이 팽창하여 학문 간 경계가 낮아지는 요즈음의 추세에서 심리학도 예외는 아니다. 사방으로 연구의 분야 및 방법이 확대되면서 마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1) 심화의 방향과 확대의 방향 심화의 방향은 심리학이 해부학, 신경학, 뇌과학, 생물학 등과 의사소통을 하며 마음의 소재를 찾아가는 자연과학적 접근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컴퓨터와 신경과학의 발달에 힘입었다고 할 수 있다. 신경을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눌 때 중추신경인 뇌에 대한 과학이 심리학에 자연과학적 접근을 강화시켜 가고 있다. 그러한 연구를 뒷받침해 주는 도구로써 컴퓨터라는 공학적 산물이 크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뇌 단층촬영, 자기공명을 이용한 뇌 영상뜨기(imaging), 양전자 방출에 의한 단층촬영 등은 한 사람의 뇌에 대해서도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자료로 제공하여 마음의 중요한 소재지인 뇌에 대한 다면적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여러 가지 심리적 기능(예, 판단, 동기, 정서)을 연구할 때 그 근원을 뇌의 어느 특정 영역에서 찾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만큼 강한 증거도 없을 것이다. 확대의 방향에서는 심리학에서의 사회문화적 혁명을 언급할 수 있다. 마음을 개인 내, 개인 간의 사건으로만 간주해 왔던 개인중심의 심리학 이론들이 사회와 문화라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마음을 연구대상으로 포함하여 확대·발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심리학에서 사회적(social)이라고 하면 개인 간 관계를 의미하였으나, 사회문화적 혁명에서 의미하는 사회(society)는 사회라고 하는 보다 큰 환경을 의미한다. 사회/문화/제도라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마음을 심리학의 연구대상으로 포함하게 된 것은 개인 차원의 범주를 넘어서므로 개인 중심의 심리학에서 볼 때 혁명이라 할 수 있고, 사회학, 문화인류학, 나아가 진화론과도 대화가 통하는 심리학이 되어가는 모습이 된다. 2) 서구 심리학을 넘어 토착 심리학으로 1999년 대만에서 있었던 아시아 사회심리학회 모임의 미국 학자들은, 미국에서 가르치는 심리학이 미국인의 토착 심리학이라고 했다. 이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물론 그 모임은 사회문화적 관점의 학자들이 모이는 경우였으므로 어느 정도 거시적 방향의 발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진술이다. 한국인 특유의 한(恨), 정(情)을 서구의 심리학 문헌에서 찾기 어려울 때 서구 심리학을 탓할 것이 아니고, 문화에 따라 마음이 다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문화심리학, 동양심리학, 한국심리학이 연구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과거에는 민속이나 이야기 거리였던 내용이 당당히 토착 심리학의 공식적 이론이 되기도 하고 세계의 학술무대에 소개되기도 한다. (예, 한국인의 화병이나 신들림이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공식 연구주제가 되고 있다) 3) 인간과 고등동물의 마음을 넘어서 심리학에서 연구대상인 마음의 범위는, 인간의 마음에서 출발하여 고등동물의 마음을 주로 다루어 왔다. 심리학 연구의 초기에 인간마음의 기본요소와 기능을 알고자 하였듯이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환경의 자극에 의해 형성되는 개, 비둘기, 쥐 등의 마음을 연구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도 다원적으로 정의된다. 즉, 인간이나 고등동물의 마음을 넘어, 미생물, 하등동물의 마음, 반응하는 로봇의 마음, 앞으로 인간마음의 수준을 초월하게 될 미래 컴퓨터의 마음까지도 연구대상인 마음의 범주에 포함된다(이정모, 2007). 4) 분석적 마음을 넘어서는 분석 현대 심리학의 연구대상은 분석적 접근이 가능한 마음을 중심으로 한다. 일정한 조건에서 반복하여 관찰했을 때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이론화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연구는 가급적 시간, 장소, 대상, 관찰방법 등의 여러 가지 조건이 일관성 있게 부여되는 상태에서 연구대상자의 마음이 작동하도록 하고, 그 작동의 결과를 정리함으로써 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상의 연구에서 분석되는 마음을 분석적(analytic) 마음이라고 할 때, 이런 방식으로의 접근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심리학적 원천으로 보이는 분야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논리 속에서 오랜 사고를 거쳐 개발한 무의식과 꿈의 이론에서 다루는 마음, 깨어나면 상실하는 최면상태에서의 의식,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침으로 자극을 주면 영향을 받는 기(氣)라고 하는 정신 물리적 에너지, 집중이나 이완을 통한 명상에서의 마음, 그리고 초감각적(extra-sensory)의식을 활성화하여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르는 세계와 의사소통을 한다고 하는 초심리학(parapsychology)에서 다루는 의식이 있다. 이러한 마음은 현대 심리학이 익숙한 분석적 마음은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과학적 접근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변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이러한 분야에도 실험과학적 방법의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5) 현실 세계 심리를 넘어 가상 세계 심리로 여태껏 우리는 현실세계(real world)의 마음을 중심으로 심리학 건설을 해왔다. 이제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virtual space, cyber world)에서 마음이 작동하는 공간이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광범위한 인구집단이 직장, 가정, 기타 장소에서 인터넷에 접하고 장기간 사용함에 따라서 병적인 사용집단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들 문제 집단 뿐 아니라 건강한 사용자까지 포함한 전체 사용자들이 정보 획득, 직업, 취미생활, 병적인 사용 등의 이유로 하루의 상당시간을 보내는 가상세계는 현실세계 못지않게 중요한 삶의 터전으로서 이 곳에서 작동하는 마음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익명성, 각종 내용물(contents), 다양한 기회는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과도한 몰입, 새로운 인격으로의 위장 등을 허용한다. 따라서 생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상세계에서 작동하는 또 다른 마음은 심리학의 중요한 연구대상이 된다. 즉, 개인 또는 집단이 어떤 자극변수에 노출, 심리적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가 무한히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이 분야의 연구에 국내의 심리학자들도 참여하고 있다(권정혜, 2005; 황상민, 한규석, 1999). 2. 전문 직업으로서의 발전 최근 심리학 관련 전문 직업 영역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① 심리학의 응용을 기반으로 하는 다학문적 직업(예, 인사선발, 인사평가, 조직역량모형개발, 카피라이터, 광고기획, 소비자 조사, 신제품 기획, 디자인 등)에서의 수요다. 다학문적 직업은 산업 내 관련 분야의 업무수행에 심리학이 중요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용 분야에 관련된 학문까지 함께 공부하게 되므로 그 분야에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진출할 수 있게 된다. ② 각 분야에 고용되어 일반 수요자에게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로가 있다. 병원에서의 임상심리전문가 및 신경심리전문가, 상담기관에서의 상담심리전문가, 학교에서의 전문상담교사(심리학 전공자가 교직이수를 통해 자격을 받음), 교도기관에서의 범죄심리전문가, 군대적성검사 분야에서의 검사전문가, 아동·청소년 학습 분야에서의 인지학습전문가, 아동 발달장애 분야의 발달심리전문가, 스포츠 조직에서 효과적 훈련방안을 개발하는 스포츠 심리전문가, 정치집단이 필요로 하는 국민 여론 및 투표행위의 유형을 분석 및 해석해 주는 정치심리전문가 등은 수요자에게 직접적인 심리학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다. ③ 자기고용(self-employment)을 통한 개인적 컨설턴트로서의 길을 추구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예를 들어, 심리상담의 개인업, 조직상담의 개인업, 학습상담의 개인업, 검사제작 및 타당화의 개인업, 문화 분야의 심리학적 평론가로서의 개인업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경제수준의 향상 및 고급기술과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궁극적 서비스 대상인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전문가들, 즉 심리학도들의 기여가 필수적이 되어 가고 있다. 경제수준이 향상될수록 인간의 요구는 더욱더 세부적이고 고급화되며 개인이 곧 시장이 되는 상황에 진입한다. 따라서 고급 제품의 생산과 현재 시장에 없는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에 심리학 전문가의 기여가 증가될 전망이다. 출처 : 한성용 외, 「 현대 심리학의 이해」 학지사 --------------------------------------------------------------------------- Insight of Psychology inpsyt |